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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혼자 다니는 학교 입학 신청서(feat. Fxxx COR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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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기 전 다녀온 제주도에서. 이때만해도 모든 것이 순탄할 것 같았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계획이 틀어졌다. 올해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스페인에서 3개월의 생활을 끝내면 흐름 따라 여행을 하고 적당한 때가 되면 돌아와 동해안을 걷고 싶었다. 여행을 유튜브에 남겨 채널을 운영하고 싶었고 글을 많이 남기고 싶었다. 다양한 플랫폼에 관심사와 관련된 글을 남겨두고 그것을 발판으로 다음을 도모하고 싶었다.

출력이 아닌 입력.

18살에 고등학교를 그만 둔 뒤로 제대로 놀지도 제대로 일하지도 않는 어중간한 삶을 살았다. 장사를 하며 연극을 하고 연극을 하다 지치면 장사에 집중하고 그러면서도 놀 것 먹을 것 다 챙기며 돈을 제대로 번 적도 없었다. 때문에 내 능력치는 18살에 멈추고 나이는 벌써 34살이 되었다. 가진 것도 없이 출력만하고 살다보니 밑천이 드러났고 이대로 살면 능력은 없고 입만 산 꼰대가 될 것 같았다.

입력은 곧 배움.

입력이 필요한 것을 알면서 출력만하며 보낸 세월. 쉽지 않았다.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남을 속여야했고 남을 속이기 위해선 나부터 속여야했다. 그것에 점점 익숙해지는 내가 싫었다. 그때의 난, 내가 원했던 모습과 조금도 일치하지 않았다. 지난 날들을 떠올려봤다. 과거의 선택들. 원하는 나로 향하게 하는 선택은 하나도 없었다. 새 삶을 살기 위해선 리셋이 필요했다. 그리고 배워야했다. 배우기 위해 멈췄다. 빈 수레를 억지로 끌고 가던 내게 배움의 시간은 휴식처럼 느껴졌다.

무엇을 배우고 싶니?

내 첫 인상중 하나는 처음 하는 일도 몇 년은 한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꾸준함, 성실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는 기본기 보단 '그럴싸해보이는 척'을 단련했던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면 칭찬을 들어도 믿지 못한다. 호화롭게 지어진 부실 건물처럼 나는 위태로웠다. 칭찬을 들어도 믿지 못했고 피드백이 없으면 불안했다. 스스로를 믿는 힘이 얻고 싶었다. 어떤 상황에도 무너지지 않는 견고함이 필요했다. 기본기를 배우는 것 말고는 무엇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고 싶지만 놓친 것들이 많다. 분명 실천했다면 지금쯤 무기가 되었을 것들. 외국어, 기타, 독서, 글쓰기, 연기 등. 모두 내 욕망의 흐름대로 정리된 것들이다. 지나간 시간이 후회스럽지만 그럴 시간도 아깝다. 이미 10년 이상을 날렸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 모든 걸 멈췄다. 처음 장사를 그만두며 세운 목표는 2년 뒤부터 내가 원하는 일만으로 월 수익 150만원을 달성하는 것. 그에 따른 계획이 코로나 탓에 어긋나버렸고 사실 자포자기한 상태로 한 달 넘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다행히 흐트러진 멘탈이 다시 촛점을 잡았고 목표 수행을 위해 계획 수정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1. 요가: 허무한 세월을 10년 넘게 흘려보냈다. 10년만큼 체력이 떨어진 것이다. 최대한 좋은 컨디션으로 새로운 나이를 맞이해야 한다. 요가는 인간 행위의 모든 기본기에 연결된다고 믿기에 절대 빠트릴 수 없다.

2. 독서: 성인이 된 이후로 좋은 어른을 만난 적이 없었다. 언젠가 곤란에 빠졌을 때 마음 편히 의논할 어른이 없는 것에 큰 외로움을 느낀 적 있었다. 독서는 그런 어른의 역할을 대체할 좋은 활동이다. 또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다. 최근 내 글쓰기의 어휘가 부족함을 느끼는데 이 또한 독서로 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3. 글쓰기: 의식주 다음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수단 아닐까? 삶을 느끼고 표현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과 다름 없다.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싶지만 그 전에 글쓰기가 먼저다. 글쓰기에 노련해진다면 분명 연기와 노래를 부르는 것에도 도움이 될거라 믿는다.

4. 영어: 유시민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유시민 작가는 '영어를 배워라. 억울하지만 전문 서적의 대부분은 영어로 되어있다'라고 말한다. 그 독불 장군 외골수 같은 아저씨도 그렇게 말하는데 내가 뭐라고 배우지 않겠는가? 여행의 질을 위해서도 영어는 필수다.

5. 스페인어: 스페인 3개월의 시간 동안 스페인 문화와 언어의 매력에 빠졌다. 간만에 오락적으로 배워 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가벼운 마음으로 천천히.

6. 여행: 해보고 싶은 컨셉의 국내 여행이 많았다. 큰 돈 들이지 않고 타인에게 호흡을 뺏기지 않는 여행. 출력 없이 입력만 가득한 여행이 필요하다.

7. 음악: 기타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피아노를 배우고 노래도 부르고 싶다. 나이가 들어 지친 나를 무엇이 위로 할까? 글을 쓰고 노래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은 연금 보다 값질 것이다.

8. 뉴스: 연예 기사도 좋고 스포츠, 시사 뭐든 다 좋다. 세상의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외골수의 이름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과제 제출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결과물 만들기!

가장 중요한 몇 가지를 정리했다. 이것들을 중심으로 대안 학교처럼 나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 예정이다. 조용한 거처를 마련하고 기초 자금을 벌 정도의 경제 활동만 하며 위의 것들에 집중해 볼 생각이다. 시간표를 짜고 각각 수업의 계획을 세워야겠다. 방학도 줘야지.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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