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를 시작한 지 10일째 되는 날. 오늘은 도저히 침체된 기분이 올라오지 않는다.
지난 3일 동안 위염으로 고생했다. 스페인에서 지낸 시간까지 합치면 약 두 달간 집에 갇혀 있는 상태인데, 그 기간 동안 할 일이라곤 먹는 것이 전부였다. 쉬지 않고 먹었으니 위에 탈이 나는 것이 당연했다. 난 위염이 생기면 조금만 먹어도 붓고 졸음이 쏟아진다. 경중을 오가는 두통도 동반한다. 그러면서 식욕은 떨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 먹고 아프고 잠드는 반복을 3일 동안 했더니 격리 기간이 4일밖에 남지 않았다.
3일 동안 첫째날은 해가 떴고 둘째 날은 비가 왔다. 셋째 날은 맑지만 바람이 불고 구름이 오락가락이었다. 시골집에 앉아 다채로운 날씨를 감상하는 호사를 누린 것 같지만 건강하지 않은 몸에는 감상이 자라지 않는다. 맑은 날은 몸이 무거워 아쉬웠고 비가 오는 날은 몸도 무거운데 비까지 와서 짜증이 났다. 셋째 날은 제대로 맑으면 좋으련만, 바람과 구름이 원망스러웠다. 부정적인 마음들이 3일 동안 자리 잡고 나니 회복세에 접어든 오늘, 해 좋고 바람 좋은데 마음이 우울하다.
고작 2주지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정리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서둘러 이 집에 적응할 필요가 있었다. 첫날부터 분주히 집을 정리했고 꽤 빨리 적응해 괜찮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위염이 터진 것이다. 시간을 리드하지 못하는 것은 큰 스트레스다. 정해진 2주의 시간 중 3일이 날아갔다. 남은 시간은 4일. 우중충한 마음으로 오늘을 보냈으니 이제 3일. 다시 하면 되지만 좀 허무하다. 왜 프로들이 갖추는 덕목 중에 자기 관리가 들어가는지 뼈저리게 느낀다.
그나마 찾아온 긍정적인 마음 덕에 일기라도 남길 수 있어 다행이다. 오늘은 위염 극복 기념 돼지갈비를 먹어야겠다. 밤에는 게임을 하고 영화나 보며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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