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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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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CELONA,SPAIN] 2만원도 필요없는 최고의 게스트 하우스 하룻밤만 보내면 됐었다. 짐을 풀고 싶지도 않았고 벽이 세워져 있고 합법적이며 최소한 감기만 걸리지 않으면 되는 숙소가 필요했다. 어차피 다음 날 새벽 비행기로 떠나야 하는 입장이니 그 이상은 사치였다. 검색을 해보니 한인 민박이 많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대부분 한인 민박은 한식을 그리워하는 여행자들을 겨냥해 운영되기 때문에 식사가 포함된 가격으로 숙박비를 책정한다. 딱히 한식이 먹고 싶지도 않았고 여행자들의 들뜬 분위기에 섞여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찾은 곳이 이곳 HOLA(올라)다. 업체명부터 스페인스러운 이곳의 가격은 16000원 정도였다. 숙박 앱을 통해 예약을 진행했는데 그럴 싸하게 소개된 사진들을 보며 '사진만 이렇겠지. 가보면 무조건 엉망일 거야. 기대하지 말자. 잠..
[BARCELONA, SPAIN] 바르셀로나 산책 견문을 넓히고 싶다는 막연한 욕심을 가지고 세비야로 건너왔다. 한 달 뒤, 진서도 순례길을 걷기 위해 유럽으로 건너왔다. 파리에서 시작되는 진서의 일정을 마중하기 위해 휴가를 냈다. 세비야 - 파리 직항이 없어 바르셀로나를 경유해 파리로 건너가야 했다. 이른 아침 비행기라 하루 먼저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시간을 보냈다. 아니, 시간을 때웠다. 바르셀로나는 두 번째 방문이다. 첫 방문 때 가우디 투어를 했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스케줄을 아주 타이트하게 짜는 타입이라 반나절 짜리 코스를 선택했다. 택시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며 해설을 해주고 형식적인 짧은 자유 시간과 속사포 같은 해설을 듣고 나니 단 한 개의 정보도 제대로 소화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 밤 몸살을 앓았다. 그 외에도 바르셀로나에서 소매치기를 ..
[CADIZ,SPAIN] 대서양의 노을을 헤엄치다 바다를 좋아하는 나는 운이 좋게도 부산에서 나고 자라 언제든 바다를 보러 갈 수 있다. 종종 SNS에 아주 특별한 수사를 곁들여 "바다를 보러 간다. 바다가 보고 싶다. 바다에 왔다."등의 문장을 남기는 사람들을 보면 이것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 실감한다. goo.gl/maps/qkHafwwSosR5AbkPA 카디스 스페인 카디스 www.google.com 2020년 1월. 나는 세비야에서 3개월을 지내기로 했다. 세비야는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내륙 도시. 부산 외의 도시에 살아보는 것은 처음이라 설렘이 컸고 향수병 따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바빴지만 일주일도 되지 않아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갖은 수사를 곁들여 "바다가 보고 싶다."라고 말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바다를 보기..
쓰레기 같은 제주도 프리다이빙 교육차 제주도를 방문했다. 첫날, 숙소에 들어서니 낯선 사람밖에 없었다. 어색함에 밀려 부엌에 자리 잡게 되었고 잔뜩 쌓인 음식들을 발견했다. 햇반, 물통, 완식품들. 죄다 일회용품들. 잠시 후 야식 시간, 내 손에는 자연스레 나무젓가락이 들려 있었다. 그 후로 우리 팀은 투어 기간 내내 일회용품을 사용했고 나는 분위기를 흐리기 싫다는 핑계로 아무 말하지 못했다. 상상했던 프리다이빙 투어는 친환경적이고, 환경에 대한 감수성이 전재된 모임이었다. 당연히 텀블러를 사용하고 출수 시에는 손에 쓰레기를 한 줌씩 쥐고 돌아올 거라 상상했다. 하지만 당연하게 일회용품이 사용되고 있었다. 나 또한 별 수 없이 사용하게 되었고 혼자 1년 동안 사용하는 것보다 많은 양의 일회용품이 사용되는 모습을 4일 동안 ..
중문해수욕장: 가끔 그런 날이 필요하다. 그런 날이 가지고 싶었다. 하루 종일 방탕해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날. 지킬 것이 하나도 없는 날. 그런 날이 가지고 싶었다. 큰 파도가 지나간 다음 날 중문해수욕장. 말랑말랑한 파도가 가슴을 쳤다. 보드 하나를 빌렸다. 고급 보드면 어떻고 부서진 렌탈용 보드면 어떠리. 짐을 모아두는 해먹에 배낭을 던지고 선크림을 잔뜩 발랐다. 허리에 보드를 걸치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지칠 때까지 파도를 타고 삼각 김밥으로 끼니를 때웠다. 부른 배에 손 얹고 해변에 누었다. 온몸이 타오르고 땀방울이 흐른다. 다시 바다에 뛰어들었다. 해변의 하늘이 보랏빛으로 변하자 파도가 잠잠해졌다. 배낭에서 수건을 꺼내 머리를 털고 마른 티셔츠를 입었다. 젖은 바지에 샌들, 티셔츠와 배낭. 버스 정류장까지 걷는 동안 머리칼과 착찹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