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흐림, 종종 옅은 비, 종종 옅은 해
바다: 파도가 높음(선생님 말로는 다이빙하기엔 나쁜 편에 속하는 바다 컨디션)
컨디션: 전날 트레이닝으로 인한 피로도를 원하는 만큼 풀지 못했다. 11시쯤 잠에 들어 7시쯤 기상 후 간단한 요가와 가벼운 식사를 하고 싶었는데 1시쯤 잠들어 9시에 일어났다. 허겁지겁 준비했다. 몸도 풀지 못했고 편의점에서 산 쿠키로 대충 당을 채우고 포인트로 출발했다.
감정 상태: 1. 전날 밤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 감정을 많이 쏟아냈고 마음이 자꾸 쓰이는 일을 저질렀다. 그 감정은 오늘까지 따라붙었다. 2. 허겁지겁 준비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허겁지겁 준비를 하게 나를 내버려 둔 것에 마음이 쓰인다. 루틴을 챙기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괜히 다이빙이 잘 되지 않을 것 같은 마음으로 출발했다.
다이빙 준비: 새끼섬 포인트는 수심 5M 지점에 부이를 연결할 수 있는 고정물이 있다. 파도가 높아 5M 보다 더 깊은 상태가 되었고 부이 연결이 쉽지 않았다. 체력과 시간이 좀 소비되었지만 다이빙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었다. (추가로 좋은 버디와 다이빙하는 것은 행운이다.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오히려 안전을 우선에 두고 상황을 즐기는 타입. 나도 거친 바다에 딱히 겁먹는 타입은 아니라 더 좋았다)
웜업
1차 웜업: 12.3미터 59초. 5미터였던 웜업을 얼마 전부터 높였다. 수심을 정해두진 않았지만 10미터 전후로 웜업한다. 어제까진 웜업 수심 도달 후 1분을 기다리고 상승하는 것이 전부였다. 오늘부터는 이퀄 체크를 중심에 두고 내려갔다. '뾱'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한 이퀄에서 가볍게 톡톡 건드리는 이퀄을 연습하고 싶었다. 시도했지만 '뾱' 소리가 나지 않으니 이퀄이 되지 않은 기분. 오히려 더 잦은 이퀄로 산소를 소모했다고 생각한다. 보통 수심 도달 후 1분을 채운 뒤 상승하지만 30초 정도부터 버거웠다. 좀 이른 상승을 했다.
아래는 1~3차 웜업 중에 느낀 점
1. 전날과 분주한 아침의 감정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릴랙스 실패) 2. 새로운 웜업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지 않았다.(이럴 때 막상 물에 들어가면 목표를 망각하거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 에너지 소모가 크다) 3. 앞서 말했듯 불필요하고 잦은 이퀄이 산소를 많이 소모했다. 준비 호흡 시 감정적인 부분까지 다 다스리고 들어가기로 했다.
2차 웜업: 13.2미터 58초. 1차와 비슷한 상태를 느꼈다. 보통은 웜업은 2회로 끝내지만 한 번 더 필요했다. 앞서 정리한 1~3 외에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징크스가 생겼다. 웜업 수심에서 1분 이상을 기다린 뒤 상승하는 것이 감정과 환경에 대한 적응, MDR(포유류 반사) 반응 유도에 필수 루틴이 된 것이다. 3차에선 톡톡 치는 이퀄 연습을 생략하고 웜업 수심에서 1분을 기다리기로 했다.
3차 웜업: 13.4미터, 1분 15초. 2차 웜업까지는 오늘 다이빙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3차를 끝내고 올라와서 자신감이 생겼다. 몸도 심리적으로도 편안한 느낌.
프리이머젼
1차: 21.6미터 1분 03초. 바텀은 25미터였다. 전날 CWT로 24미터까지 갔던 기억에 바텀을 충분히 만지고 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얼리턴을 했다. 이퀄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통통 가볍게 이퀄하는 감각을 알고 싶어 시도하다 보니 귀에 통증은 없었지만 '뾱'하는 느낌이 없어 불안했다. 갑자기 귀에 통증이 오면 어떡하나 싶어 얼리턴을 선택했다.
2차: 19.5미터 52초. 1차와 비슷한 이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후일을 위해 어렴풋한 기억임을 명시한다) 단, 분명한 것은 수면 휴식 시간이 굉장히 짧았다는 것.
이후에 다이빙 기록
21.6미터 56초.
20.5미터 52초.
위의 두 기록에 대한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
단 위 두 개의 기록 중 CWT타입에서 프리폴 중 하강하지 않고 있다는 착각을 느껴 2~3회 핀 킥을 했다.
CWT
기록 1: 24.8미터 59초. 어제의 기록과 타이. 프리폴을 타고 바텀을 찍고 돌아왔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억지스럽진 않은 기분이 기억난다.
기록 2: 26.7미터 1분 03초. 개인적으로 꽤 만족스러운 다이빙이었다. 목표가 분명했고 이미지 트레이닝도 차분히 잘했다. 포기에 대한 감정적 육체적 한계점도 잘 파악하고 내려갔다. 만족스러운 다이빙이었다.
기록 3: 26.3미터 1분 06초. 기록 2 이후 바텀을 조금 더 내렸다. 약 30미터 정도. 바텀을 눈 앞에 두고 돌아왔다. 조금 흥분된 상태로 하강했다. 흥분에 포함된 많은 감정이 있다(잘하고 있다는 자신감, 더 할 수 있다는 기대, 목표에 대한 욕심) 흥분은 긴장과 닮은 몸상태를 만든다. 크게 다르지 않은 기록이지만 몸이 경직되고 불편한 것을 느꼈다. 수면을 박차고 나올 때 조금 더 늦었으면 LMC를 맛봤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혼미했고 눈앞이 조금 탁했다. 회복 호흡에 정성을 쏟았다. 선생님은 내 입술이 파랗다고 말했다.
총평: 다이빙 전 감정과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음에 드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불편감에 더 휘둘리는 타입이다. 일상을 정돈하고 다이빙에 집중하는 습관을 만들자.
정신을 잃지 않는 나만의 방식이 생겼다 '줄을 노려보자 줄을 노려보자'라고 되풀이한다. 산소가 부족해지면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끼는데 그럴 때 또렷이 줄을 바라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회복 호흡에 느껴야 하는 것들이 있다. 형식적으로 호흡을 마신 뒤 i'm ok만 외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진짜로 내 몸이 OK 상태가 될 때까지 회복 호흡은 하는 것. 충분히 몸이 정상화되는 것을 느끼고 버디에게 OK를 외친다. 명확하게.
준비 호흡 시 이미지 트레이닝. 목표와 포기를 위한 몸과 정신의 한계점을 설정하는 것. 덕 다이빙 시 장애물에 대한 고려 프리폴 구간 알람 설정과 터닝포인트 알람 설정. 몸과 마음의 릴랙스와 함께 반드시 해야 하는 것들. 하나씩 정리해두고 입수하면 도움이 된다.
이퀄라이징. 수심을 높이지 못하는 문제는 모두 이퀄라이징이다.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이퀄라이징이 가능하면 더 깊게 들어갈 수 있다. 숨을 참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퀄라이징이 되면 문제없다. 오늘은 26미터에서 더 이상 내려가지 못했다. 숨은 남아 있는 기분이었지만 이퀄이 되지 않았다. 내려가는 중 이퀄을 약하게 조절해야 할까. 아니면 깊은 곳에서 더 강하게 이퀄을 해야 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고민하지 않을 생각이다. 두 가지 모두 시도하고 연습해봐야겠다. 하나 분명한 솔루션은 여전히 남아있는 몸과 마음의 릴랙스를 풀어주는 것. 릴랙스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높아진 효율은 이퀄을 가능하게 한다.
더 깊이보다 더 완벽히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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