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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급한산도1박] 한산도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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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도에 다녀왔다. 아니다 통영에 다녀왔다. 아니다 한산도에 다녀온 거다. 아 아니다 한산도랑 통영 모두 다녀왔다. 아, 아니다 한산도도 통영도 다녀왔다고 하긴 뭣한데 다녀왔다.

요즘 마음이 좀 헛헛하다. 스페인에서 2달을 고립되어 있었고 한국에서 2주 자가격리. 그 시간을 분풀이라도 하듯 진서는 좀 쉬어보자며 마음이 편한 것 같은데 나는 좀 쫓긴다. 이 날도 마음이 무겁도 불편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을 그냥 해보기로 했다. 바다가 가고 싶었다. 즐겨가는 동해 바다. 하지만 진서와 만나기로 한 위치는 동해와 너무 멀었다. 구글맵을 열었다. 거제도가 보였고 생각하기 싫었다. 진서를 만나자마자 "거제도 가자"라고 말했다.

통영 달아 공원에서 진서. 상한 부분을 걷어내다보니 좀 이상한 머리가됐다. 그런데 이상한게 잘 어울리는 이상한 아이.

 

둘이 만나 의식의 흐름대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거제도가 아닌 통영으로 향하고 있었다. 일단 네비 찍고 액셀 밟는데 진서가 "달아 공원 이름 좋네 여기 가볼래"라고 말했다. 네비는 수정됐고 우린 통영 달아 공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달아 공원을 떠났다. 그냥 이름이 좋아서 도착한 달아 공원은 일몰 포인트라고 했다. 일몰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고 우리 눈에는 주차장이 제일 예뻤다. 억지 산책을 하는데 진서가 통영과 근처 섬이 그려진 지도를 빤히 보고 있다. "나 한산도 가보고 싶었는데" 난 좋은 애인은 아니지만 얘가 이런 말 하면 무작정 진행해버리는 것에 조금 희열을 느낀다. 가자고 말했고 진서는 "막 배 타고 들어가서 내랑 못 돌아올래?ㅋㅋ"라고 했다. 몸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시간을 보니 바로 움직이면 배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통영항 여객선 터미널에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길래 그냥 출발. 코로나 탓에 감축 운행 혹은 영업시간이 변경되었나 걱정했지만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단, 입도에는 신분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신분증을 잃어버린 나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지만 터미널 내부에 무인 민원 발급기가 있어 등본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신분증은 이동 중 배에서 확인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확인하지 않았다. 아마 무차별적으로 검사하는 듯하다. 뱃삯은 성인 2인/차량 1대 51,100원을 결제했다.

배 시간은,

통영발-한산도행 배는 아침 7시부터 오후 18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반대로,

한산도발-통영행 배는 7시 35분부터 오후 18시 35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대충 이동에 소요되는 30분 정도를 텀으로 두고 승객을 실어 나른다. 예약 및 자세한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다

http://www.hansandoferry.com/main/main.asp

 

한산도여객선 예약센터

(주)해마여행 I 주소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마린시티3로 1, 502호(우동,썬프라자) I 대표자 : 김창훈 사업자번호 : 621-86-14983 [사업자정보확인] I 관광사업자등록증 : 부산해운대구 제2016-2호 I 통신판매업 : 제2016-부산해운대-0252호 대표전화 : 1833-5880 I 팩스 : 0505-325-0486 I 이메일 : haematour@hanmail.net 업체명 : 유성해운 I 주소 : 경남 통영시 통영해안로 234

www.hansandoferry.com

 

배에 차를 실어보는 게 처음이라 기분이 묘했다. 처음인데 익숙하게 해내는 모습에 어른이 된듯한 기분. 세상 어떤 일이 이제 나의 숨겨진 세포들을 자극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새로운 자극을 위해 인간미와 다정함을 포기하는 못난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출발 전 배를 둘러보는데 엔틱한 분위기의 조종실(?)이 보였다. 오후 햇살이 가득한 그곳에 웬 동네 아저씨 두 분이 농담을 주고받고 계셨다. 내겐 낯설고 멋진 이 곳이 너무 뻔하고 가벼워 보여 괜히 안심되는 풍경. 종종 여행지에서 낯섦탓에 괜히 긴장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긴장을 풀어주는 것은 뻔한 모습이었다. 유모차를 끄는 부모와 담배 피우며 수다 떠는 영감님. 세상 어디에나 있는 모습들.

 

좌석이 진짜 넓다. 사람도 얼마 없어서 누워서 가도 된다. 진짜 진짜 편하다.
출발 직전.

배를 탄 경험은 많지 않다. 신난다.

 

도착하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숙소도 없고 밥도 먹지 못했다. 심지어 물도 한 통 사 오지 않았다. 세면도구는 물론이고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식의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이지만 섬은 처음이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진서는 조금 긴장하는 듯했고 나는 쿨한 척했지만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인간이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몰래 검색해봤다.

 

어쨋든 '도착'이라는 단어는 늘 신나고 가뿐하다. 철딱서니 없이 신난 애들.

 

섬, 배, 바다. 이 얼마나 낯설고 자유롭고 쾌청한 단어들인가. 나는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도 모르고 필요한 것을 따라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달아 공원에서 여객선 터미널로 향하던 때의 신명남. 터미널에서 아슬아슬하게 얻은 티켓. 뿌우- 하고 배가 출발을 알릴 때, 생각보다 느린 배의 속도가 어찌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른다. '도착하지 마라. 도착하지 마라. 나를 싣고 영원히 기쁜 곳을 향해 떠다녀주렴'

 

*한산도에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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